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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만 있다는 전세 임대차 제도로 인하여 발생하는 전세사기가 일명 건축왕 또는 빌라왕에 의하여 대규모로 발생하여 사회적 관심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그런 가운데 9천만 원의 전세보증금을 대부분 회수하지 못하게 된 20대 청년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하기도 하였는데요. 전세사기가 발생하는 문제점들을 하나하나 짚어보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지 고민해 보았습니다.

 

현재의 전세제도 뭔가 문제여서 사기를 당하게 되는 것인지 현실적인 부분들에 집중해서 따져보았습니다.

 

전세가 리스크가 있을 수 밖에 없는 이유

1. 주택 가격의 큰 변동성

주택은 원가와 마진으로 가격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죠. 그리고 그 가격의 상승과 하락도 늘 예측을 넘어서는 변화를 보입니다. 전세가 취약한 본질적인 원인이 바로 여기에 있는데요.

 

주택가격이 일정한 범위 안에서 안정적으로 움직일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전세가격이 어느 정도 지지를 받게 됩니다. 그리고 매매가격이 폭락을 하지도 않기에 경매로 진행될 여지 또한 매우 적게 되고요. 설사 경매가 진행이 되더라도 보증금의 대부분을 회수할 확률도 덩달아 높아지게 됩니다.

 

그러나 현실에서의 주택 매매가와 전세가는 폭등을 하기도 하고 폭락을 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그때그때 주택 시세에 기초한 전세보증금은 주택의 가격이 급격하게 하락하게 되면 언제나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것이죠.

 

다만 여기에도 경험적으로 전세가율이란 지표가 있어 매매가격의 60~70% 수준의 보증금(채권최고액 포함)은 안전하다는 경험치가 있지만 이마저도 사실 거래가 많이 이루어지는 아파트와 같은 경우에나 해당되는 것이고요. 빌라나 도시생활주택, 오피스텔 등 거래가 전무하고 그 감정평가조차도 쉽지 않은 물건이기에 객관적 가격을 추정하기 매우 어렵습니다. 

 

지난해 말부터 이루어진 대규모 전세사기를 주도한 일당들도 이러한 점을 노리고 일부러 빌라, 오피스텔을 매개로 한 것이죠.

 

2. 전세제도의 태생적 리스크, 월세보다도 보장되는 돈 오히려 없어...

위와 같은 맥락에서 태생적으로 전세제도는 그 리스크를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원칙적으로 일정금액 이상의 전세보증금은 그 리스크가 크냐 적냐의 문제이지 아예 없을 수는 애초에 없는 것이죠.

 

이 리스크를 원천적으로 배제하려면 보증금을 최악의 상황이 오더라도 보장받을 수 있는 최우선변제금의 수준이 줄이는 수밖에 없는데요. 최우선변제금을 받을 수 있는 보증금의 범위가 크지 않기에 사실 이 그 금액의 전세는 현실적으로 가능하지가 않습니다. 요즘 5000만 원짜리 전세가 어디 있겠습니까? 그래서 사실상 이 수준의 보증금으로 한 월세가 이런 리스크를 원천 차단하는 안전한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우선변제금액 범위 표
소액임차인의 우선변제금액

전세를 흔히들 월세처럼 매월 따박따박 돈이 들어가지 않아서 절약할 수 있어서 선호를 하는데요. 이 돈을 조금이라도 아끼려는 마음이 자칫 최악의 상황에서는 더 큰 화가 되어 큰 피해를 입히게 됩니다. 따라서 전세로 거주하기로 마음먹은 임차인들은 이 리스크에 대해 명확히 인지하고 이를 어느 정도 선까지 가지고 갈 것인지 그리고 어디까지 통제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준비가 스스로 철저히 되어 있어야 하는 것이죠. 그래야 혹시라도 지금 빌라왕 같은 꾼에게 속지 않는 것이고 설사 속아서 계약을 하고 임차 중에 최악의 상황이 오더라도 손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것입니다. 

 

3. 임차인들의 임대차, 경매 시장에 대한 이해 부재

가격변동이 심한 주택 시장, 그리고 특히 빌라 시장은 그 객관적 가격을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러나 가치 판단을 아예 할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이러한 전세사기를 당한 피해자들에게는 매우 안타까운 일이지만 계약을 하기 전에 해당 전세 가격에 대한 시세와 리스크 검증을 미리 해봤다면 계약을 쉽게 하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항상 최악을 염두에 둬야 하는데 임차인들은 설마 최악의 사태가 올 거라는 가능성을 낮게 본 부분이 있다고 봅니다. 빌라의 평균적인 낙찰률이 얼마인지, 그렇다면 내 보증금은 얼마까지 안전한 지에 대한 검증을 바탕으로 전세금의 한도를 판단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부분이 있습니다. 

 

전세사기가 잇따르고 있는 화곡동과 인천 미추홀구의 경우 이미 과거부터 경매물건이 많은 지역으로 손꼽히는 곳입니다.(첫 번째 정보) 이 지역의 낙찰가율은 서울 전체는 2022년 12월 기준 76.5%, 인천 미추홀구의 경우 70.7% 였습니다. 2019, 2020년에도 최저낙찰가율은 비슷한 수준이었고요.(두 번째 정보) 현재는 전세사기사건의 여파로 미추홀구 숭의동의 경우 60% 아래까지 떨어진 상황입니다.

인천 미추홀구 숭의동 낙찰가율 표
인천시 미추홀구 낙찰가율

 내 보증금을 잃지 않으려면 내가 전세를 들어가야 할 빌라가 경매를 진행하게 되면 감정가가 얼마 정도가 될지를 먼저 조사했어야 하고(세 번째 정보) 최저낙찰가율을 고려했을 때 최종 낙찰가가 얼마가 될지를 가늠해 보면 이 범위 안에서 전세계약을 해도 될지 또는 하면 안 될지 아니면 계약을 하더라도 얼마까지 잃어도 감수할 수 있는지 등을 따져보고 리스크를 사전에 파악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를 감수할 수 있다고 판단했을 때 계약을 했어야 하는 것이죠. 현재의 임대차 시스템에서는 귀찮고 어려워도 이렇게 해야만 내 돈을 잃지 않을 수 있는 시장인 것입니다. 귀찮게 이걸 다 어떻게 하냐고요? 이게 귀찮으면 그냥 안전한 월세로 살아야죠. 목돈 잃는 것보다 몇십 몇백 잃는 게 더 낫지 않을까요?

 

대부분의 빌라 임대차 시장에서 취약계층인 임차인들은 이런 정보에 익숙하지도 않고 어떻게 하면 이런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단순히 공인중개사의 말이나 임대인 말만 믿고 일을 진행하는 경우 이런 위험에 노출이 되게 되는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4. 책임 없는 공인중개사, 의미 없는 공제증서

지난 해부터 부각된 그간의 전세사기 사건들을 살펴보면 공인중개사들이 적극적으로 전세사기에 가담한 정황이 있기에 더욱 임대차나 경매시장에 대한 지식과 이해가 없던 임차인들은 그들을 믿고 속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사실 공인중개사는 임대차계약이나 매매계약에 대하여 원래부터 책임져주는 입장에 있질 않습니다. 그래서 공인중개사들을 100% 신뢰하지는 말아야 합니다. 부동산에서 보상해 준다는 공제증서요? 알만한 분들은 이미 알고 계실 텐데요. 공인중개사들이 계약서 제일 뒷장에 꽂아주는 공제증서는 허울뿐인 보증이라는 것 알고 계셨나요? 

 

중개거래에서 혹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자금적으로 지원을 해줄 수 있다는 내용의 공제증서이지만 사실 그 보장금액은 중개소별로 1년에 2억 또는 3억?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마저도 분쟁으로 인해 보상받기가 하늘의 별따기이고요.

 

그런데도 일부 공인중개사들은 마치 문제가 생기면 모든 금액을 보상해줄 수 있는 것인 양 생색내는 분들이 계신데요. 계약하실 때 공제증서에 대한 부분은 처음부터 아예 기대를 하지 않으시는 게 좋습니다. 공인중개사는 말 그대로 중개를 해줄 뿐 어떤 책임도 지우기가 힘들어요. 최종적으로 공인중개인도 결국 우리한테 확인을 해달라고 하는 것이 절차이기에 늘 당사자 책임이 없을 수가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스스로 더 챙길 수밖에 없는 시스템인 것이죠.

 

5. 자기 코가 석 자인 은행과 주택도시공사

은행도 기본적으로는 이윤을 추구하는 집단이라 자신들의 손해를 최소화하는 것을 기본방향으로 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라고 생각은 합니다만 문제는 이러한 이윤을 상당 부분 취하고 있고 또 상대적 강자의 위치에 있으면서도 약자인 임차인들의 사정 같은 건 전혀 고려해주지 않는다는 것이 이러한 전세시장에서 무고한 임차인들을 취약하게 만든 부분도 있다고 보는데요.

 

그런데 사회적으로는 은행에 대해서 반쯤은 공적인 기관이라는 인식도 있고 어느정도 사회적 책임과 판단을 할 거라고 생각하고 신뢰하는 분들도 있잖아요. 하지만 결국 경매 진행되고 끝까지 가보면 은행도 냉정하리만큼 자기들 이익 밖에 모르는 집단입니다.

 

최근에서야 바뀌게 된 금융기관들의 확정일자 조회 권한에 대해서 예를 들어볼게요. 과거에는 확정일자의 효력발생일이 익일임을 이용한 전세 대출사기가 많았습니다. 

임차인이 확정일자를 받는 날 임대인이 해당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으면 임차인의 우선변제권보다 근저당권이 우선하게 되는 점을 악용한 것이죠.

 

이게 시스템적으로 원래부터 문제점으로 지적되어 왔었는데요. 여기서 질문! 왜 은행에서는 진작부터 알았을 이런 시스템적인 하자를 개선하려고 하지 않았을까요? 그 이유는 그렇게 하는 것이 결국 그들의 부실채권 관리와 이윤추구에 도움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임차인은 상관없고 결국은 은행도 하나의 기업일 뿐이란 것이죠.

 

경매가 진행되면 은행은 자신들의 돈을 찾아야 하는 채권자로서 임차인을 오히려 그들에게 손해를 끼칠 수도 있는 일종의 걸림돌로 볼수밖에 없습니다. 임차인의 보증금에 대한 보장이 탄탄해질수록 반대로 은행의 대출금을 손실없이 회수할 수 있는 확률은 떨어지게 되죠. 이것이 쌓이다 보면 대출을 실행하기도 더 까다로워질 수밖에 없고요. 대출사업의 사업성이 떨어지게 되죠. 

 

여기에 대해서 은행은 이렇게 말하겠죠. 그런 부분을 감안해주기 시작하면 임차인들의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것이다. 그리고 사기꾼들은 그 점을 오히려 악용할 것이다. 물론 오히려 임차인의 이런 장점들을 활용해서 오히려 은행에 또 채권자들에게 손해를 끼치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은행의 주장도 일리가 전혀 없지는 않아요. 다만, 법적으로나 세무적으로 역량이 앞서고 거의 독과점이라고 볼 수 있는 은행이 정말 무고한 임차인의 입장만큼은 조금 더 배려해 준다고 해서 부실이 심각해질 거라고 보진 않습니다. 

 

전세보증보험에 대해서도 이번 사안을 지켜보면서 할 말이 참 많은데요. 전세사기를 당한 현재 임차인들 중 에는 유일하게 믿었던 전세보증보험의 배신(?)으로 지금의 지옥을 겪고 있는 분들 많더라고요.

 임차인이들을 전세사기로부터 보호해주어야 할 입장에 있는 주택도시보증공사가 오히려 임차인들을 절차상 하자로 전세금을 반환해주지 않은 사례들이 적지 않았는데요.

 

은행과 주택도시공사는 어느 정도는 임차인들의 약점을 보완해 주고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절차를 따지면서 보증금 반환을 거부하기보다 오히려 보호해 주었어야 맞다고 보는데요.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전세금 반환 불가 사유를 보니 임차인 귀책사유들도 있는 반면 참으로 어이가 없고 이건 정말 억울하겠다 싶은 사유들도 많았습니다. 쓰다 보니 글이 길어졌네요. 이 부분은 다음 기회에 구체적인 사례와 함께 이어서 이야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빌라왕 전세사기로 본 전세금반환보증보험의 취약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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